[문화] 어려운 시기 ‘침묵하는 주님’이 차갑게 느껴지겠지만…

하늘소망 2017-02-07 (화) 19:09 4개월전 1127  

 

기독교 문학을 만나다 12] 엔도 슈사쿠의 <침묵>

침묵
침묵

 

엔도 슈사쿠 | 공문혜 역 | 홍성사 | 308쪽 | 13,000원 

*감상(感想): '소설'은 인기가 있으나, '기독교 소설'은 인기가 없습니다. 이게 현실입니다. 기독교 서점에 가서 보면 강해, 기도문, 성경, 간증문, 설교문, 만화..., 다양한 주제로 책을 분류해 놓았지만 '소설'은 없습니다. 시나 에세이, 소설을 묶어 '문학'이라는 이름으로 분류할만 한데, 그러지 않습니다. 

찾아보면 기독교 소설은 많이 출간되었지만 따로 구분하지 않습니다. 팔리지 않고, 인기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소개하는 엔도 슈사쿠의 <침묵>은 아주 놀랍습니다. 1982년 5월에 초판이 나온 이후 2002년 9월까지 47쇄를 찍었고, 그것도 모자라 2003년 1월 개정판을 냈는데 2015년 12월까지 26쇄를 더 찍었습니다. 영화로 보자면 사람들이 덜 찾는 '다양성 영화'가 블록버스터 영화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흥행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소설의 인기는 영화로도 증명되고 있습니다. 거장 마틴 스콜세지 감독이 <사일런스(silence)>라는 이름으로 2017년 2월 한국에서 개봉하게 되었습니다. 무엇이 기독교 출판 시장에서 비주류에 속하는 소설이 인기를 끌게 하는 것일까요? '감(感)'과 '상(想)'의 대화로 알아보겠습니다. 

 

상(想): 우선은 간략한 내용부터 알아야겠지? 17세기 경 기독교(엄밀히 따지자면 천주교)가 일본에 전해지면서, 신부님들이 겪는 고난과 하나님을 믿게 된 일본인들의 죽음과 피해, 갈등과 번민을 다룬 책이야.

감(感): 이 책은 제목부터 의미심장해. '침묵', 아무런 사전 정보없이 제목을 접하면 이 책을 집을 때까지 조용해지는 자신을 발견하게 돼. 하고 싶은 말을 참고 책을 펼치라는 은근한 강요와 압박이 느껴져. 

상(想): 맞아. 나도 감(感)의 의견에 동의해. 단순한 제목이 아니지. 다 읽고 나서 제목을 다시 보면 더 놀라운 것이, 제목에서 느껴지는 침묵의 이미지와 내용에서 전하는 침묵의 주제가 전혀 다르다는 거지. 여기에 다 읽고 나서 새롭게 알게 되는 침묵의 메시지까지 생각하자면, 아주 놀라운 제목이야. 

간단히 설명해 볼까. 제목에서 느껴지는 침묵은 감(感)의 느낌대로 '허다한 말과 너의 복잡다단한 생각을 그치고 조용히 책을 읽어라!'로 다가오지. 내용에서 전하는 침묵은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겪는 환난에 왜 하나님은 침묵하십니까!'에 대한 물음과 원망이 있지. 

침묵은 금(金)이라고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침묵은 '답답함'이 되지. 내용에서의 말하는 침묵은 바로 '하나님의 답답함'이지. 물론, 생과 사를 오가기 때문에 단순한 답답함이 아니라 절규의 답답함이야. 마지막으로 다 읽고 나면 '왜 하나님은 침묵했던 것일까?'를 묵상하면서 침묵에 대한 의미를 새로이 알게 되지. 

감(感): 소설로 봤을 때, 첫 장부터 집중시키게 하지. 지도 그림을 옆에 두고 '밟아라, 성화를 밟아라/ 나는 너희에게 밟히기 위해 존재하느니라/ 밟는 너의 발이 아플 것이니/ 그 아픔만으로 충분하느니라'. 뭔가 강렬한 기운이 전해져. 처음엔 그냥 읽었는데, 다 읽고 나서 이 글이 아주 세다는 걸 알게 되었어. 뭐랄까? 처음에 별 효과도 없는데 시간이 지나 장 속에 녹아들면서 효력을 나타내는 알약과 같다고 할까. 

상(想): 이 책은 어찌 보면 일본 선교사들의 시련을 담은 간증문처럼 느껴질 수 있으나, 분명한 소설적 장치를 담은 첫 장면에서 결과를 먼저 보여주지. 포르투갈의 예수회에서 일본에 파견한 페레이라 크리스트반 신부가 '구멍 매달기' 고문을 받고 배교를 맹세했다는 거야. 그러면서 배교를 했던 이유에 대해 추적하는 과정을 담았어. 그러니 독자들은 가랑비에 서서히 옷이 젖는 게 아니라, 소나기로 흠뻑 젖고 마는 거지. 완전히 젖은 상태에서 읽게 되니 이야기 속으로 쉽게 빨려들고 마는 거야. 

이건 작가가 이야기에 자신이 있을 때 쓰는 방법이야. 봉준호 감독이 2006년도에 만든 영화 <괴물>에 보면 당시 우리나라 CG가 별로 좋은 편이 아니기 때문에 괴물의 모습을 후반에 보여줄만 할텐데도 이야기에 자신이 있으니 괴물을 초반에 보여주고 있어. '이제 너희가 궁금해하던 걸 봤지? 이제부터 내가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에 집중하렴!' 하는 것과 같은 작법이야. 

 

사일런스
▲2월 개봉 예정인 영화 <사일런스> 중 한 장면. 원작 <침묵>은 하나님의 ‘침묵’과 참된 신앙에 대해 성찰하게 하는 소설로 유명하다.
감(感):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님의 침묵'에 대해 묻지. 그것이 지루할 수 있으나, 공감이 가면서 가슴을 울려. 나를 울리는 대목이 있어. 조금 길지만 소개하고 싶어.

 

'하나님은 무엇 때문에 이들 비참한 농민들에게, 이 일본인들에게 박해와 고문이라는 시련을 주시는지요? 아니, 기치지로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조금 더 다른 무서운 사실이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하나님의 침묵입니다. 박해가 시작되고 오늘까지 20년, 여기 어두운 일본의 땅에 많은 신도들의 신음이 가득 차고 사제의 붉은 피가 흐르고 교회의 탑이 붕괴되어 가는데, 하나님은 자신에게 바쳐진 너무나도 참혹한 희생을 보면서도 아직 침묵하고 계십니다. 기치지로의 어리석은 원망에 그러한 물음이 깔려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 견딜 수 없었습니다(85-86쪽)'. 

계속되는 하나님의 침묵에 신부는 하나님께 분노하며 생각하지. '당신은 언제까지나 침묵을 지키셨지만, 당신이 언제까지나 침묵하실 수는 없으실 것이다(163쪽).' 이 말은 하나님의 분노이면서, 그렇게라도 하면서 자신의 신념을 지키고자 하는 몸부림으로 해석할 수 있어. 

상(想): 감동적이야. 하지만 이 책에도 문제는 있어. 우선 초반에 말한 대로 이 책을 '기독교 소설'로 분류해도 되느냐이지. 처음부터 '천주교'가 나오고, '신부'가 주인공이야. '목사'라는 기독교 성직자의 이름은 어디에도 나오지 않아. 엄밀히 얘기하자면 '천주교 소설'인거야. 가장 쉽게 감(感)이 초반에 인용한 대목을 보면, '사제의 붉은 피가 흐르고 교회의 탑이...'가 나와. 여기에서 '사제'는 천주교 성직자의 이름이고, '교회'는 기독교 성전의 이름이야. 원서를 읽지 않았지만, 원래는 교회 대신 '성당'이었을거야. 우리 기독교식으로 옮기는 과정에서 교회로 바꾼 것으로 봐. 물론, 그렇다 해서 감동이 줄거나 큰 문제가 되는 건 아니지. 

 

감(感): 나도 말해볼까. 읽으면서 감동이 되는데, 이 열기가 오래 가지 않았어. 왜 그럴까 되짚어봤어. 주제가 명확했던거야. 이게 왜 문제일까? 시련과 박해라는 주제를 명확하게 설정하고 가다 보니, 다른 모든 주변의 이야기는 이 주제에 부속물이 되는거지. 마치, 답을 알고 문제를 푼다고 할까.

점점 갈수록 내용이 궁금해져야 하는데 궁금하지 않지. 이건 다른 측면에서 보자면 장점이기도 하겠지. 여러 이야기를 모두 중요하게 다루어, 나중에 가면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거였지?' 혼동을 줄 수 있으니. 아, 마틴 스콜세지의 영화는 어떨까? 이 원작을 표현해낼 수 있을까? 

상(想): 나는 걱정 반, 기대 반을 하고 있어. 걱정인 것은 그가 1988년에 만들어 우리나라에서 2002년에 개봉한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을 보자면, 기독교에 대해 왜곡적이면서 자의적인 시각으로 만들었다는 점이야. 기대하고 있는 건 그는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조지 해리슨>, <노 디렉션: 밥 딜런>, <에비에이터>처럼 실화를 영화로 만드는 데 탁월한 능력을 갖췄다는 점이야. 

그래도 기대에 더 비중을 두고 싶은 건, 감(感)이 방금 한 지적처럼 이처럼 처절하면서 강력한 소재는 영화로 표현하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기 때문이야. 나는 이 영화가 롤랑 조페 감독의<미션>처럼 흥행도 잘 되어 지금처럼 기독교의 위상이 땅에 떨어진 시대에 많은 사람들에게 기독교의 헌신과 영향력, 선교에 대한 올바른 이해가 퍼져갔으면 해. 

상(想): 이 책은 결코 지루할 수 없는 게, '하나님의 침묵'에 대한 질문을 던져주기 때문이야. 이 질문은 사실 모든 믿는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거지. '어떤 답을 내릴까?'를 중심에 두고 읽게 되니, 끝까지 읽게 되는 효과가 있어. 이건 소설로서 아주 중요한 장점이야. 감(感)은 명확한 주제가 단점이 될 수도 있다고 했지만, 명확한 주제가 '답을 내린 주제가 아니라, 질문을 떠올리게 하는 주제'라면 장점인거야. 

감(感):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들이 겪는 환난에 왜 하나님은 침묵하십니까!'라는 질문에, 이 책이 내린 결론에 대해 만족스럽지 못한 독자도 있을거야. 나는 좋았어. 

상(想): 나도 마찬가지로 좋았어. 이 책은 간증문이나 설교문이 아니라, 소설이기 때문이야. 독자들은 다 읽고 나서 자기만의 답을 내릴거야. 이 책을 다 읽은 독자라면 어떠한 자기만의 답도 오답이 될 수 없을거라는 확신이 들어. 

 

사일런스
▲리암니슨이 예수회 사제로 분한 영화 ‘사일런스’. 올해 국내 개봉 예정이다.
감상(感想): 이 책을 읽으면서 제가 2009년 5월 청년시절 청년 주보에 썼던 칼럼이 떠올랐습니다. 제목은 <주님! 왜 침묵하십니까!>입니다. 전문을 다 옮기고 싶지만, 이미 쓴 분량만으로 상당하기 때문에 뒷부분만 옮기겠습니다. 20살 중반 재수 시절 모르는 문제를 잘 가르쳐 줬던 학원 선배가 어느날 침묵하면서 가르쳐 주지 않은 것이, 혼자 푸는 훈련을 통해 성장하길 원했던 뜻이 있었음을 알고 썼던 글이었습니다.

 

"믿는 사람들이 주님께 갖는 불만 중 하나는 기도에 바로 응답해 주시지 않는다는 겁니다. 시편을 보면 시편의 저자들이 강조하는 말 중 하나가 '주님께서 분노해야 할 때 분노하지 않고, 침묵하고 계셔서 답답하오니 바로 응답해 주십시오!'입니다. 그러나 신앙생활하면서 알게 되는 건, 이런 침묵속에도 주님의 뜻이 있다는 겁니다. 

우리가 아무리 많은 지식을 안다 해도 이 세상을 지으신 하나님의 지식에는 이르지 못하고, 우리가 아무리 높은 지혜를 갖고 있다 해도 이 세상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의 지혜에는 못 미치며, 우리가 아무리 넓은 사랑을 지녔다 해도 모든 만물을 품으시는 하나님의 사랑에는 비할 수 없습니다. 누구도 감히 하나님의 생각을 정확히 알 수는 없습니다. 

우리가 주님께 순종하고 따르길 원하고 주님이 어떤 존재인지 안다면, 주님의 침묵에도 순종할 수 있어야 하고 주님의 분노도 묵묵히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합니다. 무슨 뜻이 있을 겁니다. 미약한 우리 인간의 능력으로는 알 수 없는 주님의 깊은 뜻이 있을 겁니다. 주님은 분명 우리를 사랑하시고 우리에게 크고 비밀한 일들을 보여주신 분이시니, 기대하는 마음으로 주님의 뜻을 바라야 할 겁니다. 

어려운 시기, 답답한 시기, 그래서 주님의 침묵이 차갑게 느껴지겠지만, 우리는 성경을 읽으며 주님이 어떤 분인지 다시 한 번 알아야 합니다. 침묵 속에도 광대하신 주님을 찬송하는 성숙한 주님의 종이 되길 소망합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하나님은 어느 시기에나 침묵으로 자신의 사랑과 섭리를 증명해냈다는 걸 기억하게 됐습니다. 독생자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려 아프다고 고함칠 때조차, 하나님은 침묵하셨습니다. 그렇게 침묵하시는 '원망스러울 하나님'을, 예수님은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마 26:39)' 하시며 하나님을 이해했습니다. 하나님의 침묵을 이해하지 못해도 받아들이며 십자가의 형벌을 당한 사건으로 인해, 이 땅에 복음이 더 많은 곳으로,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질 수 있었습니다. 

'침묵이 없었다면, 답을 바로 내렸다면 어땠을까? 지금처럼 복음이 널리 전해질 수 있었을까?' 생각해보면 고개를 젓게 됩니다. 이번 책 <침묵>에 대해 상(想)이 말한 세 번째 이미지 '새롭게 알게 되는 침묵의 메시지'는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전하는 감동이 큽니다. 꼼꼼히 읽으면서 자신의 신앙을 점검하고, 하나님의 침묵에 대해 받아들이면서, 이 고난의 삶을 걸어간다면 우리에게도 침묵으로 일어난 부활의 기적이 나타날 겁니다. 

/이성구 부장(서평가)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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