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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제사’ 때 절을 하는 저, 비겁한 크리스천인가요?

하늘소망 2016-09-19 (월) 08:10 5개월전 290  

 

유교적 가풍의 집안에서 태어난 한 20대 대학생의 고민

이만신 1주기 추모예배
▲교회서 치러진 한 추모예배 모습(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직접적 관계가 없습니다). ⓒ크리스천투데이 DB
유교적 문화가 깊이 뿌리내린 우리나라에서, 크리스천이라면 명절 때마다 누구나 한 번쯤 고민하게 되는 주제가 있다. 바로 '제사 때 절을 해야 하는가?'라는 것. 다음은 자신을 '20대 중반의 평범한 남자 대학생'이라고 밝힌 한 독자의 글로, 본지는 내용을 훼손하지 않는 범위에서 일부 표현을 다듬어 이를 소개한다.

 

 

안녕하세요. 긴 연휴도 어느덧 막바지에 이르렀습니다. 여러분의 한가위는 어떠셨나요? 풍성하셨나요? 무엇보다 저는 오랜만에 만난 가족들이 무척이나 반가웠습니다. "공부는 잘 하고 있니?" "취직은?"과 같은, 명절이면 어김없이 듣게 되는 질문들.... 물론 저도 피하고픈 것들입니다. 그럼에도 명절이면 저 역시 어김없이 고향을 찾습니다. 그리운 얼굴들을 보는 건, 그런 잠깐의 불편함보다 제게 더 큰 힘을 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요즘 고민이 하나 생겼습니다. 다름 아닌 '제사' 때문입니다. 다들 아시겠지만, 기독교는 유교식 제사에 부정적이니까요. 사실 저는 대학에 입학해서야 교회를 다니기 시작한, 늦깎이(?) 크리스천입니다. 그런 저 말고는 가족 중 누구도 예수님을 믿지 않습니다. 대신 때만 되면 제사를 지내는, 유교적 가풍이 강한 집안이지요. 저 역시 그랬습니다. 어릴 때부터 아버지, 또 할아버지에게서 조상들이 어떤 벼슬을 지냈고, 무슨 공적을 세웠는지..., 그로인해 제가 얼마나 '뼈대'있는 가문의 자손인지를 그야 말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왔습니다. 스스로도 그런 집안에서 태어난 것이 자랑스러웠습니다. 

하지만 예수님을 만나고부터 더 이상 '과거'는 제게 중요하지 않았습니다. 성경을 통해 그렇다고 배웠고, 저 또한 그것이 옳다고 믿었기 때문입니다. 예수님은 날 때부터 앞이 보이지 않는 사람을 향해 "하나님의 하시는 일을 나타내고자 하심이라"라고 하셨습니다. 주님께 중요한 것은 맹인이 드러낼 하나님의 영광이었지, 그나 그의 부모가 지은 죄가 아니었던 것 같습니다. 주님 안에서는, 언제나 희망찬 미래와 가능성만 존재합니다. 

 

그런 제 눈에 제사는 지극히 '과거 지향주의'로 보였습니다.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사람이 우리의 오늘과 또 내일의 삶을 결정한다는 생각, 그래서 조금이라도 더 복을 받기 위해 제사상에 정성을 쏟는 그 모습을 납득할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것은, 다른 사람이야 어떻든, 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그만인 것입니다. 그보다 더 저를 힘들게 만들었던 건, 절을 할 때마다 드는, "우상에게 하고 있다"는 일종의 죄책감 같은 것이었습니다.

"제사를 지내는 것은 지금의 나를 있게 한 조상에 대한 예의이고, 그런 과정에서 복을 비는 것이 무슨 잘못인가"라고 되묻는 이도 있었습니다.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크리스천들 또한 하나님께 현세의 복을 빌지 않습니까? 무엇보다 명절에 함께 모여 돌아가신 부모의 은덕을 되새기고, 정성껏 준비한 음식으로 그들에 대한 예를 다하는 것이 어찌 잘못이겠습니까? 

또 단순히 몸을 굽힌다고 마음까지 굽히는 것은 아닐진대, 왜 절을 하는 행위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일까요? 우상에게 절을 하지 말라는 건 하나님을 떠나 우상을 섬기지 말라는 뜻 아닐까요? 그렇다면 절을 하는 것을 두고 반드시 '다른 신을 섬기는 행위'라고 할 수 없을 것입니다. 

이런 생각에 처음엔 제사에 동참하는 것이 그리 대수롭지 않았습니다. 마음 한 구석이 조금 불편했지만 무시할 수 있는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그런 불편함이 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 우연히 저와 비슷한 처지에 있는 이에게 "제사 때 절을 하지 않는다. 처음엔 가족들도 눈치를 주었지만, 지금은 내 진심을 이해하고 있다"는 말을 듣고 나서는, 조금 더 심각해졌습니다. 왠지 제 자신이 비겁하게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가족들에게 용기 있게 내 신앙을 드러내지 못한 채 "마음만은 우상에게 절하지 않았다"며 자신을 합리화 했다는 생각도 했습니다.   

 

특히나 저를 힘들게 하는 건, 몇 년 전 돌아가신 제 할머니께 드리는 제사입니다. 할머니는 저를 무척이나 아껴주신, 어머니와 같은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매년 그분의 제사 때마다 저는 몇 곱절 더 고민하게 됩니다. 차라리 얼굴을 모르는 분의 제사는 그나마 덜한데,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제 얼굴을 쓰다듬던 할머니의 제사는 제게 많은 번민을 안깁니다.

과연 저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절을 해도 괜찮은 걸까요? 아니면 가족들에게 제 신앙을 떳떳이 밝히고, 따가운 눈총을 견디며 그저 한 쪽에 우두커니 서 있어야 하는 걸까요? 

참고로, 지난 2013년 한 신학 포럼에서 '유교와 기독교'를 주제로 발표했던 이동주 박사(선교신학연구소 소장)는 "조상숭배 문화권에서 제시된 토착화 신학은 지금까지 두 가지 형태로 나타났다. 하나는 조상숭배를 단순한 윤리적인 의례로 보아 허용하자는 입장이고, 다른 하나는 조상제사를 종교적인 의례로 보아 결코 허용할 수 없다는 것"이라며 "그러므로 제사가 효도냐 아니면 우상숭배냐 하는 분명한 신학적인 제시가 필요하다"고 했다. 

 

 

- 크리스천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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